2022. 3. 14.
세계수학자대회는 4년 주기로 열리는 국제수학학술회의로서 전 세계에서 대략 5000여 명의 수학자들이 참가하는 가장 큰 규모의, 전통이 있는 학회이다.
수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필즈 메달의 수여도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이뤄진다.
나도 대학원 입학 직전인 2014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 참석해 본 바 있다.
당시에는 아는 것이 없었지만, 많은 수학자와 대화도 해보았고, 영감도 얻었으며, 여러 세션에서 강의도 들어봤다.
2022년에는 러시아 상트빼째르부르크에서 세계수학자대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나는 박사과정생 또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지 6년 이내의 신진수학자들에게 참가비용 및 숙박비, 식비, 체재비 등을 지원해주는 ‘코발렙스카야 그랜트’에 지원했고, 운이 좋아 그랜트 수여 대상자로 지정되었다.
그랜트를 받은 것도 내 경력에 어쨌든 좋은 일이고,
이제 학술적으로 조금은 비빌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많은 수학자들과 교류하면서 더 성장할 기회가 되길 바랐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정점을 지나는 분위기에 따라 여름쯤에는 종식 선언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기 때문에
대회가 끝나고도 며칠 더 체류하면서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 그것도 여름의 상트빼째르부르크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기뻤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결국 국제수학연맹이 러시아의 개최를 거부하였고, 결국 세계수학자대회는 온라인으로 치러진다고 한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나의 코발렙스카야 그랜트 수여는 취소되었다.
전쟁을 일으킨 푸틴은 나의 원수이다.
그에게 김재규 같은 충신이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