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침에 있었던 일

2023. 10. 22.

어느 날과 같이 너를 안고 자다가
문득 참을 수 없이 차오르는 마음에 너에게 결혼하자고 속삭였다.
잠에 취한 목소리로 뜬금없이 한 청혼에, 너는 알겠다고 했고 내 청혼에 행복했다고 했다.

뜬금 없었겠지만, 그건 아무렇게나 주워댄 말이 아니고,
그냥 너를 안고 있는 그 순간에 그 말이 목 끝까지 차올라서, 그 말을 토하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어서 한 말이었다.

왜 결혼하자고 했느냐는 너의 물음에,
나는 네가 편해진 모습을 보고 좋아서라고 대답했는데
너는 조금 더 로맨틱한 대답을 기대 했겠지만 사실 그 아침의 내 마음은 누구보다도 로맨틱한 기분이었다.

앞으로도 평생 그런 모습을 보고 싶을 정도로 네가 귀여웠기 때문에,
눈을 감고 못들은 척하려 애썼지만, 그 순간의 네 표정이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에.

네 모습에 나는 숨을 최대한 고르게 쉬면서 너를 부끄럽지 않게 해주려고 노력하였으나,
사실은 아주 장난스럽게 너를 놀리고, 괴롭히고 싶은 마음도 들었기 때문에,
네가 앞으로도 계속 내 장난에 장단을 맞춰줬으면 좋겠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은지 정말 몇 초도 되지 않아서 코를 골며 자는 너를 보며 나를 편하게 생각하고 내 곁에서 안심하는 네가 좋았기 때문에,
너를 앞으로도 편하게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에.

너와 결혼하고 싶었다.

너와 같이 있는 것보다 지금 나에게 가치있는 것은 없어.
오늘 너를 안고 잔 것처럼 내일도 너를 안고 자고 싶고, 그냥 너와 닿고 있는 지금 이 모든 순간이 너무 행복하기만 하다.
그 행복이 목 끝까지 차올라서 결혼하자고 말한 것 뿐인데,
네가 내 생각보다 너무 그 말을 좋아하고 반가워 하기에 너무 기쁘고 고마웠다.

너와 결혼해서 너를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나중에 내가 조금 더 준비가 되면,
그때 더 멋있고 로맨틱하게 말해주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미안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오늘 아침과 같이 멋대가리 하나 없이 툭하고 뱉어버리듯 청혼해야 했을 정도로 내 마음을 충만하게 한 네 책임이다.

하지만,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나이니,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네 책임을 대신하여서 언젠가 다시 멋있게 다시 프로포즈 해줄게.

사랑해.
나와 결혼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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