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바다에게

2023. 6. 2.

나의 연구비 지원을 묵묵히 기다려주며 같이 새벽을 맞이한 당신에게,

그다지 좋지도 않은 컨디션이었던 것 같은데,
나와 함께 밤을 꼬박 샌 때문일까?
잠깐 일어나서 연락한 듯 싶더니, 다시 연락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다시 자고 있는 것이겠지.

당신은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 매우 다행스럽게 느껴지는 사람이라,
밥은 챙겨먹었는지 안부를 묻기도 조심스러운 사람이라,
스스로의 삶이 무겁고 어둡다고 말하는 사람이라,
이 우주 새끼가 당신에게 친절할리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라.

나는 당신이 안쓰럽다.
그래서 어떻게든,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다.
당신이 스스로 사랑스러운 만큼, 당신이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길 바라기에.

그러니 당신의 애인이 되기로 한 나에게,
그것도 당신의 삶을 찬란하게 해줄 보석같은 애인이 되기로 한 나에게 (생의 주인에게 아직 허락받진 않음)
무엇이든 요구하라고 하였더니, 내게 편지를 써주길 바란다고 했다.
아마도 의도한 것은 손편지였겠으나, 그것이 당장은 여의치 않으니, 일단은 자판을 토독토독 쳐보기로 했다.

언젠가는 네게 편지를 써주고 싶었어.
그리고 앞으로도 종종 편지를 써줄테지.
당신을 생각하며 글을 쓰는 것은 나에게 큰 기쁨이지만,
우선 이 글에서는 내가 당신에게 글을 써주는 것이 얼마나 큰 부담인가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당신은 나의 글씨체를 단정하다고 평했지만,
사실 당신이 단정하다는 그 글씨를 당신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나는,
‘바다 보고싶다’는 그 짧은 문장을 두세 번 연습해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나의 글씨는 사실 그렇게 예쁘지 않다.

내용은 또 어떠한가?
시를 좋아하는 여자에게 연애편지를 쓰라니, 그야말로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어떤 미사여구로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더라도,
더 아름다운 사랑의 문장이 당신의 머릿 속에 이미 있을테니 말이다.

그러니 나는 진심과 귀여움으로 승부하고자 한다.
내 글이 썩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바다에게 글을 쓰기 위해 낑낑댔던 경승이가 귀여우니 조금은 봐주도록 하자.
내 글에 담긴 내 마음은 모두 진심일테니 말이다.

나는 한바다를 사랑한다.
이 말은 진심이니, 이 말을 믿고 당신이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으면 한다.

손편지는 곧 쓸것이다.
그러나 심심하면 이 곳에도 당신에 대한 글을 쓸 것이다.
심심하면 들어와서 읽어도 좋다.

“사랑하는 바다에게”의 한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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