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31.
손톱 옆에 거스라미를 뜯어내다가 염증이 생겨서 한동안 손가락이 아팠다.
오른손 넷째 손가락이 퉁퉁 부어올라서 연필을 잡고 공부를 하는 데에도 불편함이 있었다.
손가락이 너무 거슬려서
화요일 오전, 연구실에 잠깐 들러서 이런 저런 일을 처리하자 마자 외출하여
피부과 점심 시간이 걸리기 전에 피부과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왔다.
병원비를 결제할 때에 내가 집에서 지갑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병원비 결제는 계좌이체로 하였다.
사실 딱히 지갑이 없다고 해도 사실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딱히 지갑이 급하게 필요한 사정은 없었지만,
나는 지갑이 없는 상황이 너무도 불안했다.
응당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 바다가 준 부적이 있기 때문이다.
바다가 준 부적과, 바다가 부적을 써준 그 마음 덕분에, 내 인생이 잘 풀릴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지갑이 없는 상황이 너무 불안하여 바로 연구실에서 퇴근하고 집에 왔다.
집에 도착한 뒤 지갑을 찾고, 부적을 항상 왼쪽에 지니고 있으라는 말을 따라
바다가 준 부적이 든 지갑을 왼쪽 가슴 심장 위에 올려둔 채 잠깐 낮잠을 잤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것은 없었다 생각하지만, 오전 내내 지갑과 떨어져 있었던 것을 반성하는 마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 지갑도 바다가 준 선물이다.
나의 삶과 형편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다가 준 선물이다.
돌아보면 바다는 그렇게 항상 나를 응원하고 잘되기를 기원하고 있었다.
이제 그 마음을 좀 더 믿고 따르려고 한다.
나는 손톱 옆에 거스라미가 있으면 누가 뭐래도 잡아 뜯는 사람이다.
그것을 뜯으면 응당 염증 때문에 한동안 손가락을 못쓸 것을 알아도 그냥 잡아 뜯는 사람이다.
그러나 내가 잘되기를 늘 응원해주는 네가 있기에,
나는 바다 말을 조금 더 잘 듣고, 아무튼 그렇게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
그러니 앞으로 말 잘들어 보도록 노력할게. (말 잘 듣는다고는 안함)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