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판토스의 나라

2022. 2. 5.

간밤에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과 한복 공정에 대해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중국이 한복을 자기들 것으로 우기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된 일인데,
마침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식을 기회로 한복을 입은 조선족을 앞세워 한복이 마치 자기들 것인양 하는 행태에 많은 한국인들이 분노한 듯 하다.

개인적으로 중국의 타국 문화뺏기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한 것에 비해 문화적으로 덜 성숙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며
근 몇 년 내에 중국인들 스스로도 부끄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뭐 우리도 가까운 과거에,
싸울아비가 사무라이의 어원이었다느니, 환국이 어쨌다느니,
그런 식의 문화공정을 통해 문화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티를 팍팍 내야했던 때가 있었고,
그 얼마 뒤에는 ‘두유노우싸이?’ 이 지랄하고 있었던 때가 있었으나,
전 세계적으로 꽤 인정받는 문화강국이 된 지금은 마치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우리 문화를 과장하며 문화공정을 하려 하지도 않고,
‘두유노우비티에스’ 이런 질문도 안하며, 되레 그런 과거를 되려 부끄러워하고 있으니까.

중국의 문화공정 중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화두는 “윤동주는 어느 나라 시인인가?”라고 생각한다.

윤동주는 1917년 중화민국 길림성에서 태어나, 1945년 2월 일본제국 후쿠오카에서 죽었다.
윤동주가 살았던 시기에 조선 내지는 대한제국, 대한민국과 같은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스스로를 조선인이라고 생각하였다.

이 화두를 왜 흥미롭다고 생각하는지는 이 글에서 밝힐 것은 아니고,
이 글에서는 윤동주처럼 국적에 대해 다양한 주장이 가능한 ‘디오판토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디오판토스는 부정방정식과 정수론 쪽에서 연구 업적을 남긴 수학자이다.
수학 교과서 뿐 아니라, 위키피디아 등등 모든 자료에서는 디오판토스를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라고 하고 있다.

물론 그의 이름이 매우 고대 그리스 수학자 같기는 하다.
그런데 정말 디오판토스는 고대 그리스인인가?

먼저 고대 그리스가 어떤 시기인지 살펴보면,
고대 그리스는 학술적으로 기원전 1100년부터 기원전 146년까지로서,
우리가 흔히 ‘고대 그리스’하면 생각나는 아테네, 스파르타 등의 도시국가와 페르시아 전쟁, 펠로폰네소스 전쟁 등이 있던 시대를 지나,
알렉산더 대왕의 마케도니아에 의해 점령된 시기와 그 이후의 헬레니즘 시기를 지나,
기원전 146년에 로마가 그리스를 속주로 삼으면서 ‘고대 그리스’는 끝이 난다.

그런데 디오판토스는 대충 기원후 3세기 정도에 활동하였다고 알려져 있다.(정확한 생몰년도는 알려져있지 않음)
즉, 3세기인 디오판토스는 시기적으로 고대 그리스인이 아니다.

또한 디오판토스는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그가 태어난 알렉산드리아는 알렉산더 대왕이 그리스 전역과 이집트, 페르시아 등을 씹어먹고 다닐 때 알렉산더 대왕의 이름을 따 이집트에 지은 도시이며,
알렉산더 대왕 사후 이집트에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세워지면서 그리스와는 별개의 도시가 되었고,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대충 1세기 즈음)부터는 로마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3세기의 알렉산드리아는 고대 그리스라고 할 수 없으므로,
알렉산드리아인 디오판토스는 지리적으로도 고대 그리스인이 아니다.

그런데 왜 모든 수학 교과서에서 디오판토스를 고대 그리스인이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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